S STORY
다시 찾아오는 난치성 부정맥,
이제는 멈출 수 있습니다
잃어버린 심장의 리듬 되찾아주는 난치성 심방세동의 전문가 김대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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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에서는 심방세동을 심방 잔떨림이라고도 표현하던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질환인가요?
인간의 심장은 2개의 심방과 2개의 심실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우심방에 위치한 동방결절에 심장의 박동수를 조절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세포들이 존재합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전기신호에 따라 심장이 규칙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온몸에 혈액을 공급합니다. 이 전기신호 체계에 문제가 생기면 맥박이 정상보다 빠르거나 느리거나, 혹은 불규칙해지는 심장리듬장애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리듬장애를 통틀어 부정맥이라고 부릅니다. 부정맥의 구체적인 진단명은 10가지가 넘습니다. 심방세동은 이러한 부정맥의 하나로, 규칙적으로 수축해야 하는 좌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고 빠르고 불규칙하게 떨리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요?
여러 부정맥 질환 가운데 심실빈맥이나 심실세동은 실신이나 급사 같은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반면 심방세동은 이러한 급성 위험도는 낮은 편입니다. 그러나 방치하면 뇌졸중을 비롯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고 가늘게 떨고있기 때문에 심방 내부에 혈액이 고이면서 혈전(피떡)이 만들어지고, 이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뇌경색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심방세동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뇌경색 발생률이 5배 정도 높으며, 전체 뇌경색의 약 25%가 심방세동 때문에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 심방세동 환자의 절반가량은 심장기능이 떨어지는 심부전이 동반되며, 치매나 인지기능저하, 심근경색 등의 위험도 높아집니다.
심방세동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심방세동의 가장 큰 위험인자는 노화입니다. 나이가 증가할수록 유병률이 높아져 국내 20세 이상 성인의 심방세동 유병률은 약 2%지만, 80세 이상이 되면 8명 중 1명꼴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납니다. 그 외에 고혈압, 당뇨병을 비롯한 성인병, 수면무호흡증, 비만 등이 있으면 심방세동이 더 잘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술과 연관이 높은 질환으로, 과음한 날이나 그 이튿날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방세동은 이러한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대개 60대에 처음 진단을 받게 됩니다.
환자들은 주로 어떤 증상을 경험하게 되나요?
심방세동 초기에는 심방의 떨림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일주일 안에 사라지는 발작성 심방세동으로 나타납니다. 발작성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답답하고 숨이 차는 등의 증상을 느낄 수 있으며, 일부 환자는 응급실을 찾을 정도로 이러한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심부전이 동반된 경우에는 부종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후 병이 진행되면 심방의 떨림이 가라앉지 않는 지속성 심방세동으로 만성화되는데, 이 경우 오히려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전체 환자의 40%는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무증상 심방세동으로,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으로 검사 도중 우연히 발견하기도 하고, 뇌경색 발생 후 뒤늦게 심방세동을 진단받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진단은 심전도검사로 금방 가능한가요?
심장의 전기신호를 포착하는 심전도검사는 심방세동 진단을 위한 필수 검사입니다. 하지만 발작성 심방세동은 증상이 마치 도깨비처럼 갑자기 나타났다가 빠르면 하루 이틀 내에 사라지기 때문에, 증상 발생 당시 심전도검사를 하지 않으면 진단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무증상 또는 발작성 심방세동은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일반 심전도검사에서 심방세동이 확인되지 않는 환자들은 24시간 홀터 검사나 최장 2주까지 가슴에 부착해 일상생활 중 심전도를 기록하는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상생활 중 가슴에 불편한 느낌이 나타났을 때 즉시 스마트 워치로 심전도를 기록해 조기 진단에 도움을 받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심방세동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약으로도 심방세동을 다스릴 수 있나요?
심방세동은 뇌졸중의 강력한 위험요인이므로, 첫번째 치료 목표는 뇌졸중 예방입니다. 진단 후 뇌졸중 발생 위험도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아울러 심박수를 낮추는 약제와 불규칙한 심장리듬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항부정맥제를 사용해 증상 조절을 위한 약물치료를 시행합니다. 과거에는 맥박수 조절치료가 주된 치료법이었으나, 최근에는 환자가 증상을 호소하거나 진단 1년 이내라면 심장리듬 자체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리듬조절치료를 적극 시 행함으로써 만성화를 막는 데 초점을 둡니다. 진단 1년 이내에 적극적인 치료로 정상 리듬을 유지하면 뇌졸중, 심부전, 심근경색을 비롯한 여러 합병증의 위험을 2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심장에 전기충격을 줘서 심장박동을 일시적으로 정상으로 되돌리는 전기적 심율동전환을 병행할 수 있으며, 재발이 잦고 약물 저항성을 보이는 환자는 전극도자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전극도자절제술은 어떤 치료이며,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전극도자절제술은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가느다란 도관을 심장 안으로 넣은 뒤, 비정상적인 전기신호를 유발하는 심장 부위를 고주파 열에너지를 가하거나 냉각시켜 제거하는 시술입니다. 전체 심방세동의 약 80-90% 는 폐정맥과 좌심방의 접합 부위에서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어, 대개 이 부위를 시술의 주요 목표 지점으로 삼습니다. 그러나 환자마다 심방세동 유발점이 다르고, 시술 후 새로운 부위에서 심방세동이 재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난치성 심방세동에서는 3차원 매핑 기술을 접목해 시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시술 환자의 80%는 첫 번째 시술로 심장의 정상 리듬을 되찾는 것으로 나타나며, 10% 정도에서는 2차례 이상의 시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은 국내 최고 수준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재시술에서도 해외에 비해 월등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은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펄스장 절제술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기존의 시술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기존의 고주파 절제술이나 냉각풍선 절제술은 열에너지를 사용하는 반면, 새롭게 도입된 펄스장 절제술은 목표 지점에 짧은 시간 동안 강력한 전기에너지를 흘려보내 심근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방법입니다. 치료 효과는 세 가지 방법 모두 비슷하지만, 펄스장 절제술은 주변의 정상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함으로써 기존 시술에서 드물게 발생했던 식도 손상 같은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술 시간이 기존의 2-3시간에서 1시간 이내로 크게 단축되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아직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경제적인 부담이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심방세동 환자의 첫 시술이 대부분 펄스장으로 대체되고 있어 국내에서도 점차 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약물이나 시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나요?
심방세동은 완치보다는 평생 꾸준히 관리하면서 증상을 조절하는 만성질환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공적인 시술로 증상이 완전히 사라져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도 수년 후에 심방세동이 재발하는 경우도 있고, 심방세동이 재발하지 않더라도 심방세동의 전 단계에 해당하는 심방조기수축으로 인해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는 환자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해서 부정맥 전문의의 처 방에 따라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꾸준히 관리하면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금연과 금주,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습관 유지, 적정 체중 유지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면 심방세동 재발 가능성이 더욱 낮아집니다.
심방세동 치료의 선구자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부정맥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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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훈 교수 심장내과
진료 분야 : 심방세동, 심실빈맥, 전극도자절제술, 펄스장 절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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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방세동은 환자가 느끼는 불편과 전문가가 판단하는 병의 위험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김대훈 교수는 고령의 환자에게도 병의 상태와 치료 과정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의료진과 환자가 신뢰관계 속에 구체적인 치료 목표를 세우고 함께 걸어갈 때 더 좋은 예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방세동 환자가 뇌졸중 걱정 없이 편안한 여생을 누릴 수 있도록 근거 기반의 치료와 최신 의술을 갈고 닦는 데 매진한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5년 5월호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