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STORY 

심장질환, 

조기 발견과 진단으로 생명을 지킨다 

건강과 질병 사이에서 사람을 지키는 게이트키퍼 장혁재 교수

중증환자 진료로 잘 알려진 장혁재 교수(심장내과)의 관심은 흥미롭게도 '환자가 되기 전'에 집중되어 있다. 어쩌면 그가 제일 싫어하는 말은 '사후 약방문'일지 모른다. "현대의학의 기술 수준을 볼 때 적절한 시간(right time)적절한 장소(right place)에서 적절한 수단(right tool)을 적용하면 건강한 사람이 건강을 지키고, 건강 악화(event)의 발생을 막을 수 있습니다. 환자의 발생은 그 적절성을 놓쳐서 생기는 일이거든요. 예컨대 돌연사의 발생이나 그 후 뇌손상, 중환자실, 사망 같은 단어들이 연상되는 비극이 시작됩니다. 사건이 생긴 후 잘 수습하는 일도 큰 가치가 있지만, 심장혈관질환의 악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거나 조기에 치료하는 데 제가
더 관심을 두는 이유입니다."

에디터 이나경 포토그래퍼 최재인

장혁재 교수 프로필 바로가기 


병원 홈페이지에 진료 분야가 심부전, 관상동맥 질환, 판막질환, 폐고혈압 등으로 나옵니다. 심장질환 여러 분야를 망라해 환자를 보시는 것 같습니다. 

특정 중증질환을 가진 환자도 담당하고 있습니다만, 적확한 진단이 이루어지기 전에 공통적으로 숨이 차거나 가슴에 통증이 있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먼저 만납니다. 이분들의 심장질환 유무, 그리고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인지 평가하고, 치료하고, 또 필요하면 적확한 각 분야 심장전문의와 상의 후 연결 해드리다 보니 그렇게 소개된 것 같습니다. 명백하고 전형적인 증상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증상만으로는 모호해서 심장초음파, 심장CT, 심장MRI 같은 심장영상기술의 도움을 받거나, 운동부하검사 같은 심장의 생리적 기능검사들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심장질환을 판단하는 관문에 서계신 거군요. 미디어에서는 폐고혈압 명의로 여러 차례 소개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심장질환 중에서 발생 빈도가 높은 질환의 경우에는 전문가가 많지만, 빈도가 낮은 난치성 질환에 대해서는 전문가도 적고 치료 방법의 개발도 더딘 형편입니다. 폐고혈압이 거기에 속하죠. 심장질환이 의심스러워 오 신 분들을 진단하다 보면, 막상 어렵게 진단을 내렸는데도 후속 치료를 위한 시스템이 부재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환자가 적기 때문에 돌봐줄 전문의가 많지 않아 '고아 질환(orphan disease)'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폐고혈압이 대표적 질환입니다. 동시에 제가 계속 관심을 갖고 있는 건 갑작스러운 사망을 유발하는 질환을 막거나 혹은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부분으로, 돌연사 같은 갑작스러운 심장사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관련된 연구와 진료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교수님 이름을 검색했더니 응급의료시스템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옵니다. 갑작스러운 심장사의 예방과 기술 개발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건가요? 

맞습니다. 심장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성 심근경색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빠른 치료가 필수적입니다. 뇌졸중, 심근경색 같은 응급질환을 시간민감성(time-sensitive) 질환이라고 하죠. 이러한 환자에게는 골든타임이 매우 중요합니다. 응급실 문 앞에 도착한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치료를 90분 이내에 시작하기 위해 저희 병원의 동료 의료진을 포함해 많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매일 정말 치열하게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한 후 병원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진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와 같은 이유로 AI앰뷸런스와 시스템 개선에 매진하신 거군요. 

'응급실 뺑뺑이' 없이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신속하게 결정하고, 이송 중에도 적절하게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또 최종 치료를 맡을 의료기관이 치료를 미리 준비할 수 있다면 최선일 겁니다. 이러한 취지로 10년 가까이 의료기관 밖 영역에서 질병발생 시점의 심장 질환을 다루는 시스템에도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다행히 여러 정부기관과 후원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이송 중에 환자의 상태, 병력, 중증도를 평가해 구급대원의 처치를 지원하고, 적합한 의료기관의 확인과 정보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마트 응급의료시스템의 개발을 완료해 광주와 전남지역 등 일부 광역지자체에서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전국으로 확산되어 보다 많은 분이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심장질환의 조기 발견과 진단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해오셨습니다. 그 문제에 천착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심장질환 중 대표적인 관상동맥질환을 예로 말씀드리면, 혈관이 1%, 5%, 10% 이렇게 단계적으로 위험도가 높아지다가 질병 악화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임계점을 넘은 어느 순간 갑자기 혈관이 막혀 심근경색이 발생합니다.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주관적 증상 자체는 미미하지만,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취약한 분들이죠. 따라서 조금이라도 증상이 있다면, 혹은 증상이 없더라도 놓치지 않고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적절한 수단을 쓰고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살릴 수 있는 사람을 놓치거나 그 반대로 돌아가실 분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니까요. 저에게는 안타까운 경험이 있습니다. 벌써 20년 가까이 흐른 일인데, 보편적으로 실시하는 심장검사에서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던 환자가 귀가한 당일 갑자기 사망한 것입니다. 새로운 검사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 절감했지요. 심장질환의 조기 진단과 방법을 연구, 개발하는 데 매달리는 계기가 된 사건이었습니다.


조기에 적절한 진단을 통해 환자가 되지 않게 하거나, 환자가 된 사람을 사회로 돌려보내는 것이 지속가능한 의료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장애가 생긴 환자를 잘 돌봐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 일에만 무게를 둔다면 의료의 지속가능성은 떨어집니다. 

비용은 많이 들고, 환자는 사회로 복귀하지 못하는 상태로 남으니까요. 의료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볼 때 심장질환은 속성상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효과를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영역입니다.


후배나 후학들에게는 주로 어떤 점을 강조하시는 편입니까?  

의학적 지식은 이제 책이나 저널에서 충분히 배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제가 은사님들에게 배운 것들은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이었죠. 환자를 대하는 태도나 지식을 해석하는 방법, 해석한 결과를 다루는 술기 같은 것들이요. 특히 요즘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너무 많은 데다가 쉬워졌기 때문에 의학교육에서 더 필요한 것은 의사로서 어떤 태도를 가지느냐, 어떤 삶의 관점을 가지고 행동하는가, 어떤 역량을 보여주느냐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국 의사가 만나는 건 질병을 가진 사람이잖습니까? 검사를 하든 치료를 하든 의사는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필요한 시점에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경험과 역량을 결집해 가장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시점에 이르신 것 같습니다. 어떤 과제에 집중하고 계시는가요? 

교수직에 들어선 후 줄곧 좋은 임상의사로 살아가는 일이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선생님, 선배님들에게 한 수 배우는 것도 좋고,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밤을 새우는 것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40대에 들어서니까 기존의 지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점점 보이더라고요. 우리는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 병원에서 밤을 새우고 있는데, 정작 환자는 4시간이나 걸려 병원에 도착하는 문제 같은 거죠. 그래서 그것들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 연구와 대안을 만드는 일에 매달렸습니다. 앞으로는 대안을 찾고 새로운 방법을 연구했던 결과들이 보편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실용화시키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은 오랜 역사를 가진 기관입니다. 켜켜이 쌓인 역사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한 움큼씩 기여를 해왔습니다. 여러 사람의 정성이 모여 세브란스라는 나무가 이만큼 성장했고, 저 역시 거기에 작은 보탬이 되는 사람이 기를 바랍니다.



명의의 특강

심장혈관질환의 조기 진단과 대처 

조기 진단 + 응급의료시스템 → 생명 수호하는 최고의 방패  

동맥경화증 하면 대부분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같은 심장질환을 떠올린다. 그러나 혈관 안에 쌓인 콜레스테롤과 염증은 심장혈관뿐 아니라, 팔다리의 동맥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글 장혁재 교수(심장내과) 


심장혈관질환은 조기에 발견하거나 위험도를 사전에 적절하게 평가해 치료하면 현재의 의학기술로도 사망이나 심근경색 등의 위험한 상황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환자가 스스로 인지해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을 기다리는 소극적인 진료 방식으로는 위험 상황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 사망 원인 1심장혈관질환 그러나 자각증상 없는 사례 많다 

심장혈관질환은 단일질환으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상당수 국가에서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심각하고도 중요한 질환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관상동맥질환은 대표적인 심장혈관질환으로, 심장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하거나 위험도를 사전에 적절하게 평가해 치료할 수만 있다면 현재의 의학기술을 통해서도 사망이나 심근경색 등의 위험한 상황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환자가 스스로 인지해서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을 기다리는 소극적인 진료 방식으로는 위험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관상동맥질환으로 진단받은 환자 가운데 약 절반은 심근경색이나 돌연사와 같은 위험 상황에 부닥치기 전까지 자각증상이 전혀 없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고위험군을 어떻게 선별할 것인가 위험 요인 확인하는 간접 검사의 한계  

따라서 증상이 없는 사람 중에서 심장혈관질환의 고위험군을 어떻게 선별(screening)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심장 혈관질환을 다루는 의료진의 오래된 숙제입니다. 흔히 알고 있는 위험 요인을 활용할 수 있으나,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고위험 환자를 찾는데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개인별로 감수성이 다릅니다. 이로 인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들 가운데 일부에서만 심장혈관질환이 발생하고, 반대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데도 심장혈관질환이 발생하는 때도 있습니다. 

또한, 동맥의 안쪽에 기름이 끼면서 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의 과정은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 혈관 내부가 비로소 좁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운동을 충분히 하는 상황에서도 혈액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슴 통증 등의 증상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혈액 공급 부족 현상이 없다고 해서, 심근경색이나 돌연사 같은 위험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CT 활용한 비침습적 검사 관상동맥 손상 정도 직접 파악 

이러한 혈액 검사상의 위험 인자 유무, 또는 운동부하검사 같은 간접적인 방식을 대신해 CT나 MRI 등의 검사를 통해 관상동맥의 손상 정도를 직접 확인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최근 10여 년간 많은 기념비적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만일 관상동맥 석회화 CT, 관상동맥 CT 혈관조영술 등 비침습적인 방식의 관상동맥 직접 평가에서 관상동맥이 정상이라면 향후 10년 이상 심근경색이나 사망의 발생이 생기지 않는다고 확실하게 보장(warranty period)할 수 있으며, 반대로 일정 수준의 동맥경화가 확인된 사람은 더욱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해 심근경색이나 사망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은 여러 유관기관과 협력을 통해 스마트 응급의료시스템을 개발하고, 각 지역에 단계적으로 보급하고 있습니다. 

응급상황 발생 시 119 구급대와 병원 응급진료센터 사이에 실시간 정보 교류가 이루어지므로,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환자를 신속하게 이송할 수 있습니다.


환자 생명 지키는 골든타임을 사수하라 신속 이송을 위한 응급의료시스템 개발 

이렇게 효과적인 검사와 예방치료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나 치료를 소홀히 하면 심근경색이나 돌연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최대한 빨리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고 시술 또는 수술치료를 시행해 막힌 혈관을 다시 개통해야 합니다. 

혈관 개통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 몇 분이라도 단축하기 위해 많은 의료진이 야간이나 주말에도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므로, 일단 환자가 늦지 않게 병원에 도착하면 생존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렇지만 증상 발생 후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까지 적절한 시간(golden time) 내에 도착하지 못해 성공적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자주 발생합니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지난 수년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 보건복지부(중앙응급의료센터)와 소방청 등 응급의료시스템 관련해 여러 정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스마트 응급의료시스템을 개발하고 각 지역에 단계적으로 보급하고 있습니다. 응급상황에서 환자가 ‘응급실 뺑뺑이’와 같은 일을 겪지 않고 치료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신속하게 이송될 수 있도록, 119 구급대와 병원 응급진료센터 등 유관기관 사이에 실시간 정보 교류가 원활히 이루어지는 새로운 응급의료시스템입니다. 


불필요한 입원과 검사 줄인다 심장혈관질환 진단율 높이는 AI 기술 개발 

응급상황이 아니어도, 이상 증상이 발생해 의료기관을 방문 하는 환자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심장혈관질환은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적지 않은 환자들이 기본검사 이외에도 여러 고가의 검사를 받게 됩니다. 또 여러 검사를 거쳐 심장혈관질환이 의심되어 최종적으로 입원해서 침습적인 관상동맥조영술을 시행했으나 막상 혈관의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 즉 불필요한 입원도 현재 의학 수준에서는 상당수에 달합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수년간 여러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간단한 기본검사만으로도 80-90% 이상 심장혈관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해 식약처의 허가와 다기관 임상연구를 마치고 실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심장혈관질환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최선의 진단과 치료는 물론이고 예방까지 제공하기 위해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장혁재 교수

심장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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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세브란스병원> 2024년 9월호